여길 간 한국인은 저밖에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간 길로는 단언컨대 저밖에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일 고생했고,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 구구절절 사담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진짜 힘들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하필 쪼리를 신고 가서 바닥이 더 미끄럽기 그지없었고 풀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스칠 때마다 마치 유리에 스치듯이 째릿하니 아팠습니다. 모기는 어찌나 많은지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 팔다리를 한시도 가만히 둘 수 없었습니다.
원래 이 트레일은 그렇게 어려운 난이도가 아닙니다. 카우아이에서 갔던 트레일 3군데 중에 제일 쉽습니다. 이 트레일이 갑자기 제일 어려운 트레일이 되었던 이유는 바로 없던 길을 만들어가다시피 했기 때문입니다.
이 트레일은 Hoopii falls 2라는 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온 폭포를 가는 게 목적입니다.
이 폭포까지 가기위해서 길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쉽고 평탄한 길. 길이 만들어져 있어서 길 따라 쭉 가면 됩니다. 문제의 다른 하나는 개울가 옆을 따라서 가는 길입니다. 길이 만들어져 있지 않고 대부분이 풀로 덮여 있거나 개울을 말 그대로 역주행해서 가는 길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두 번째의 길로 갔습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냐면 그 길이 더 아름답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훨씬 더 아름답기는 했습니다. 무슨 정글 속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당장이라도 정글북의 곰이 튀어나오거나, 타잔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아니면 어디서 티라노사우르스가 당장이라도 나올 것 같은 그런 배경이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순조로왔습니다. 진흙길이 매우 미끄러웠지만 조심스럽게 천천히 가면 괜찮았습니다. 그렇게 조심히 걷다 보면 큰 개울이 하나 나옵니다. 거기서부터 쉬운 길과 어려운 길로 나누어집니다.
여자 외국인들도 그 어려운 길로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호기롭게 어려운 길을 선택하고야 맙니다. 좁기는 했지만 길이 보여서 씩씩하게 걸었습니다. 중간중간 풀이 자라서 길이 사라지긴 했지만 못 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길이 없어졌습니다. 옆에는 얼마나 깊은지 보이지 않는 웅덩이가 있고 오른쪽은 거의 바위로 된 절벽이 있습니다. 저쪽 멀리 길가가 있기는 합니다. 방법은 2가지였습니다. 웅덩이로 퐁당 빠져서 수영해서 가던지, 바위에 매달려서 지나가던지. 웅덩이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무섭고 해서 바위를 선택합니다. 미끄러워서 낙상할까 봐 쪼리를 벗고 맨발로 바위에 붙어서 조심조심 지나갔습니다. 그러고 나서 좀 가니 이제 풀밭으로 된 길도 안 보이는 겁니다. 앞서 봤던 그 외국인 여자들은 도대체 이 길을 어떻게 지나온 걸까요? 다행히도 개울은 발목 정도의 깊이 밖에 안돼서 구글 지도를 간간히 보면서 물을 헤치면서 걷기 시작합니다. 개울에 있는 돌은 이끼 때문에 미끄러워서 정말 긴장을 하면서 걸었습니다. 이제는 사람도 안 보이고 울창한 정글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평탄한 큰길을 찾았습니다. 조금만 더 가니 드디어 폭포가 보입니다. 폭포는 아래로 내려가야지만 도착하는 그런 위치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가야 되나 싶었는데 폭포를 다녀온 외국인이 본인은 절벽을 타고 내려가서 폭포에 도착했다고 하는 겁니다? 절대로 절벽을 타고 내려가지 마세요. 어떻게 내려갔는지 의문인데, 그냥 90도 낭떠러지입니다. 조금 더 돌아서 가는 길이 있는데 그 길로 내려가면 됩니다. 물론 그 길도 가파르긴 한데 나무 잡으면서 갈만 합니다.
드디어 도착한 폭포의 풍경은 여기구나!싶을 정도로 예뻤습니다. 특히 폭포 앞에는 넓은 호수 같은 게 있는데 폭포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평화롭고 이쁩니다. 호수에서 매달려서 놀 수 있는 밧줄도 달려있습니다. 다른 외국 여행객이 밧줄에 매달리다 점프를 하는 모습도 구경합니다. 여기서 겉옷을 벗고 수영을 하고 놀면 좋습니다. 호수의 물은 깊지는 않습니다. 다만 바닥에 있는 돌이 날카로울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폭포 앞에서 사진 좀 찍고 잠시 간식도 먹고 물도 먹으면서 쉽시다. 호수에 몸을 띄우고 있으면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습니다.
트레일 코스: Hoopii Falls Trail Head → (폭포1) → 폭포 2 (Hoopii falls 2) (왕복 2마일)
트레일의 특징
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폭포를 볼 수 있음.
모기가 많음.
풀이 매우 날카로움.
평탄한 길로 이어지나 계곡을 가기 위해선 가파른 길을 내려가야 함.
진흙 길이 많아서 미끄러움.
소요시간: 폭포에 도착해서 노느냐 시간이 다소 걸림 3~4시간가량 걸린 듯.
원래는 대략 2시간 정도면 충분히 가능함.
난이도
쉬운 길 : ★☆☆☆☆
어려운 길: ★★★★★
돌아올 때는 쉬운 길로 왔음.
쉬운 길로 가면 매우 쉬움.
남녀노소 가능함. 대신 맨 위 사진의 풍경은 볼 수 없음.
가는 방법: 차를 타고 Hoopii Falls Trail Head까지 가면 팻말이 있음. 그 입구로 들어가면 됨. 주차는 길가에 세워서 하면 되는 데, 주차 공간이 따로 없어서 일찍 가는 걸 권장. 앞에 가정집들 있기 때문에 시끄럽게 소리 내는 것을 주의해야 함.
준비사항
- 긴팔, 긴바지(모기와 풀에 스치는 거 방지).
- 진흙이 묻어도 괜찮은 옷 입고 갈 것.
- 미끄럽지 않은 신발 신고 갈 것.(아쿠아 슈즈 추천)
- 모기 퇴치하는 스프레이 뿌리고 갈 것.
- 안에 수영복을 입고 갈 것.
- 물이랑 간식은 당연히 챙길 것.
- 쥬라기 공원을 보거나 아래 클립(해당 폭포 나온 장면) 보고 갈 것.
https://youtu.be/8kuxdFRM8ZE (저는 이 유튜버랑 아무 상관 없습니다.)
추천: ★★★★★
다른 트레일에서 느끼기 어려운 공룡이 튀어나올 것 같은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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